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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통제 실패한 美, 한해 54조원 밑 빠진 독 물붓기
조선일보
2023.04.13
매년 천문학적 돈 쏟아붓는데도
문제 해결 못하고 점점 더 심각
2021년 약물로 10만8000명 사망
마약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는 미국은 마약이 국가의 존립을 뒤흔들 심각한 위협으로 떠오르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 한 해 예산보다 훨씬 많은 돈을 마약 퇴치를 위해 쏟아붓는데도 이미 곳곳에 침투한 마약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계속 번지는 상황이다. 마약이 빠르게 확산 중인 한국 역시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미국처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사회 붕괴를 막지 못하는 ‘마약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 정부가 범부처로 진행 중인 ‘전미 마약 통제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예산은 지난해 409억달러(약 54조원)로 전년(380억달러)에 비해 약 8% 늘었다. 10년 전엔 262억달러 수준이었는데, 문제가 더 악화하며 ‘밑 빠진 독’처럼 예산이 계속 불어나는 중이다. 미 정부는 2024년쯤엔 450억달러 넘게 투입해야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미국은 1971년부터 써왔다. 베트남 전쟁 당시 마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당시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이 처음으로 이를 언급하며 주요 정부 과제로 삼았다. 이후 미 정부는 정권을 막론하고 마약 문제를 뿌리 뽑겠다며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전 세계를 무대로 소탕 작전을 벌이는 등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8000명으로 10만명을 처음 넘어섰다. 전년보다 16% 늘었고, 5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미 정부는 1973년 법무부 산하에 마약단속국(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이란 마약 퇴치 기구를 창설했다. DEA는 미국 내 마약의 유통을 적발하고 수사하는 것을 넘어, 남미 등에서 마약 조직 소탕 작전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남미 등으로부터 마약이 밀반입되기 때문에 공급자들을 뿌리 뽑는다는 목적이다. DEA는 1993년 콜롬비아 최대 마약 밀매 조직 ‘메데인 카르텔’의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사살했다. 2014년엔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을 체포했다. 마약 조직이 잠수함·탱크·비행기·헬기·수중 드론 등 군대 수준으로 무장하기 때문에, DEA는 이를 상대하기 위해 군경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 자체 조직 예산보다 훨씬 더 많은 운영비가 들어간다.
한편 그동안 미국 내에서 마약 범죄를 중심으로 대응하느라 사회 전반에서 마약을 억제하는 정책에는 실패했다는 자성도 나온다. 마약은 투약자를 처벌하거나 공급선을 제거하더라도 그동안 중독된 수요가 남아있기 때문에 처벌만 갖곤 근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미 정부는 마약 예방 교육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연방 프로그램을 1989년 출범시켰다. 작년 1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펜타닐 등 최근 확산한 마약성 진통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추가로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 예산의 대부분은 마약 중독자의 회복 치료 지원에 사용된다. 공중 보건과 안전 분야에서도 마약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 미국 내 마약 문제는 진정되기는커녕 매년 악화하고 있다. 1990년대 10만명당 3명 수준이던 마약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20년엔 10배 수준인 10만명당 28명으로 급증했다. 자살(15명)이나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사망(11명)보다 훨씬 많다.
전문가들은 미국 사례에서 보듯, 마약 문제를 초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을 지낸 윤재필 변호사는 “한국은 마약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는 ‘골든 타임’의 끝자락에 와 있다”며 “이번에 정부가 막지 못하면 미국처럼 막대한 사법 비용을 들이더라도 더 이상 현상 유지밖엔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했다. 올해 검경이 마약 문제에 책정한 예산은 약 67억원에 불과하다. 경찰의 마약 예산은 작년 20억3000만원에서 올해 18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조선일보 류재민, 장근욱, 김광진 기자